점선 위쪽이 치아와 치아를 감싸는 치조골 부위입니다. 성인의 교정치료에서 주로 효과가 나타나는 부위입니다. 

사진출처: Wikipedia: HumanMandibleLeft

자세하게 설명드리려면 해부학적인 내용이 필요합니다.
성인의 교정치료는 너무도 잘 아시다시피 치아를 움직이는 치료입니다.
성인의 교정치료에서 주로 효과가 나타나는 부위는 치아와 치아를 감싸고 있는 치조골 부위에 한정됩니다.

(※ 자라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장기/조기 교정치료에서는 위턱뼈나 아래턱 뼈의 위치와 성장속도, 성장방향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치아를 움직인다고 해서 하악각(mandibular angle, 사진 참고) 부위의 뼈가 움직일 리는 없습니다. 교정치료를 시작하면서 환자분들은 튀어나온 입이 들어가고 치아도 가지런해지는 효과에 대해 많이 듣고, 또 지인들의 치료 효과를 보고 오십니다. 그리고 턱이 갸름해지는 효과에 대해서도 알고계신 분들도 계십니다. 분명히 그분들이 보신/들으신 교정치료를 받으면 턱이 갸름해지는 효과는 거짓말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뼈가 움직이지도 않는데 턱이 갸름해지는 것일까요?

빨간색 부분이 교근(masseter muscle)입니다. 

사진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asseter_muscle_animation_small.gif

그 해답은 뼈가 아닌 근육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팔다리의 뼈가 부러졌을 때 다시 붙으라고 몇 주간 깁스를 하고 나서 풀면 팔다리가 가늘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장시간 근육을 사용하지 않아서 근육의 부피가 줄어든 상태(근위축, muscle atrophy)가 된 것입니다. 딱딱한 음식을 십을 때 주로 작용하는 교근(masseter muscle)은 얼굴이 갸름해 보이고 싶을 때, 그리고 이를 악무는 습관이 심할 때 흔히 보톡스를 맞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교정치료 시에 하악각을 비롯한 뼈는 변화하지 않아도 교근을 비롯한 근육의 크기는 감소하는 경우를 진료실에서 접하곤 합니다. 두 가지 정도로 그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교정장치를 붙인 상태에서 환자가 음식물을 섭취하는 회수나 정도가 감소하는 경우입니다. 교정장치를 붙인 상태에서의 식사는 그렇지 않은 상태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약간의 불편함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십는 횟수가 줄어든다면 평소보다 근육의 사용량이 감소하게 됩니다. 

또 교정치료 시작 시의 주의사항에는 딱딱하거나 끈적거리는 음식을 피하고 가능한 부드러운 음식, 그리고 잘게 자른 음식을 섭취할 것을 권유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근육의 사용량이 감소한다면 평소보다 교근을 비롯한 저작근의 활동이 감소하고, 그 크기도 줄어들 수 있겠지요. (일부 환자에서는 교정치료 기간에 병행하는 다이어트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교정치료가 음식 섭취에 방해가 되는 것을 걱정하시는 부모님들도 있는데 그 부분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영양섭취 부족이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교정치료와 같이 약간의 불편함이 아니라 '전쟁'이나 '기아'와 같은 극단적이고 장기적인 상황, 또는 장기간 질병에 노출되어있을 때입니다.)

 

따라서 교정치료 시작 전에 교정치료를 하면서 턱이 갸름해지느냐는 질문을 주신다면 교정의사의 답변은 다소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래턱 부위가 넓고 각져 보이는 원인이 뼈에 있다면 그러한 효과는 미미할 것이고, 근육의 발달이 원인이라면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교정장치를 붙이고 나서 환자의 근육 사용량이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그에 따라서 저작근의 위축이 어느 정도나 발생할지를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치료기간 동안 근육이 줄어 갸름해졌다 할지라도 교정치료가 끝나서 장치를 제거하고 난 후에 다시 예전의 식사습관으로 돌아가거나 더 잘 드신다면(교정치료의 목적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만) 갸름해진 턱은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에게 발생가능성이 낮은 위험조차도 미리 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의사로서는 위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치료 시작부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여 환자와 의사가 동일한 치료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가능성 있고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성공적인 치료의 시작이겠지요.